'Automatism'에 해당되는 글 24건
- 2011.02.24 최승자 : 홀로 가는 낙타 하나
- 2011.02.16 김광규 : 땅거미 내릴 무렵
- 2011.02.14 기형도 : 빈 집
- 2011.02.11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 2011.02.10 기형도 : 장미빛 인생
- 2011.02.09 Brecht : 위대한 감사송
- 2011.02.09 김수영 : 冬麥 1
- 2011.02.09 김수영 : 도취의 피안
- 2011.02.08 최승자 : 어디선가 문득 문득 툭 툭
- 2011.02.03 Brecht : 솔로몬의 노래 2
Automatism2011. 2. 24. 10:41
Automatism2011. 2. 16. 16:16
짙푸른 여름 숲이 깊어갑니다
텃새들의 저녁 인사도 뜸해지고
골목의 가로등 하나 둘 켜질 때
모기들 날아드는 마당 한구석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밀려오는 어둠에 잠깁니다
어둠이 스며들어 조금씩
온몸으로 퍼져가는 아픔과 회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지긋이 견딥니다 남은 생애를
헤아리는 것 또한 나에게 주어진
몫이려니 나의 육신이
누리는 마지막 행복이려니
그저 이렇게 미루어 짐작하고
땅거미 내릴 무렵
마당 한구석에 나를 앉혀둡니다
차츰 환해지는 어둠 속에서
한 점 검은 물체로 내가
멀어져 갈 때까지
p.s. 요즘은 시가 좋다. 요즘은 시만 좋다. 정말... 그러네...
텃새들의 저녁 인사도 뜸해지고
골목의 가로등 하나 둘 켜질 때
모기들 날아드는 마당 한구석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밀려오는 어둠에 잠깁니다
어둠이 스며들어 조금씩
온몸으로 퍼져가는 아픔과 회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지긋이 견딥니다 남은 생애를
헤아리는 것 또한 나에게 주어진
몫이려니 나의 육신이
누리는 마지막 행복이려니
그저 이렇게 미루어 짐작하고
땅거미 내릴 무렵
마당 한구석에 나를 앉혀둡니다
차츰 환해지는 어둠 속에서
한 점 검은 물체로 내가
멀어져 갈 때까지
p.s. 요즘은 시가 좋다. 요즘은 시만 좋다. 정말... 그러네...
Automatism2011. 2. 14. 18:44
Automatism2011. 2. 11. 14:55
Automatism2011. 2. 10. 18:29
문득 기형도의 시집 <입속의 검은잎>을 뒤적뒤적 하다가 이 시의 마지막 행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의 증오라...헐...강렬한 삶, 강렬한 기운!
결국 시인의 작품은 몇 줄의 텍스트가 아니라, 그 삶으로 씌어지는게 아닐까!
===========================================================================
<장미빛 인생>
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온다
모자를 벗자 그의 남루한 외투처럼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그는 건강하고 탐욕스러운 두 손으로
우스꽝스럽게도 작은 컵을 움켜쥔다
단 한번이라도 저 커다란 손으로 그는
그럴듯한 상대의 목덜미를 쥐어본 적이 있었을까
사내는 말이 없다, 그는 함부로 자신의 시선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한 곳을 향해 그 어떤 체험들을 착취하고 있다
숱한 사건들의 매듭을 풀기 위해, 얼마나 가혹한 많은
방문객들을
저 시선은 노려보았을까, 여러 차례 거듭되는
의혹과 유혹을 맛본 자들의 그것처럼
그 어떤 육체의 무질서도 단호히 거부하는 어깨
어찌 보면 그 어떤 질투심에 스스로 감격하는 듯한 입술
분명 우두머리를 꿈꾸었을, 머리카락에 가리워진 귀
그러나 누가 감히 저 사내의 책임을 뒤집어쓰랴
사내는 여전히 말이 없다, 비로소 생각났다는 듯이
그는 두툼한 외투 속에서 무엇인가 끄집어낸다
고독의 완강한 저항을 뿌리치며, 어떤 대결도 각오
하겠다는 듯이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얼굴 위를 걸어다니는 저 표정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사내는 그것으로 탁자 위를 파내기 시작한다
건장한 덩치를 굽힌 채, 느릿느릿
그러나 허겁지겁, 스스로의 명령에 힘을 넣어가며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
인생의 증오라...헐...강렬한 삶, 강렬한 기운!
결국 시인의 작품은 몇 줄의 텍스트가 아니라, 그 삶으로 씌어지는게 아닐까!
===========================================================================
<장미빛 인생>
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온다
모자를 벗자 그의 남루한 외투처럼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그는 건강하고 탐욕스러운 두 손으로
우스꽝스럽게도 작은 컵을 움켜쥔다
단 한번이라도 저 커다란 손으로 그는
그럴듯한 상대의 목덜미를 쥐어본 적이 있었을까
사내는 말이 없다, 그는 함부로 자신의 시선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한 곳을 향해 그 어떤 체험들을 착취하고 있다
숱한 사건들의 매듭을 풀기 위해, 얼마나 가혹한 많은
방문객들을
저 시선은 노려보았을까, 여러 차례 거듭되는
의혹과 유혹을 맛본 자들의 그것처럼
그 어떤 육체의 무질서도 단호히 거부하는 어깨
어찌 보면 그 어떤 질투심에 스스로 감격하는 듯한 입술
분명 우두머리를 꿈꾸었을, 머리카락에 가리워진 귀
그러나 누가 감히 저 사내의 책임을 뒤집어쓰랴
사내는 여전히 말이 없다, 비로소 생각났다는 듯이
그는 두툼한 외투 속에서 무엇인가 끄집어낸다
고독의 완강한 저항을 뿌리치며, 어떤 대결도 각오
하겠다는 듯이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얼굴 위를 걸어다니는 저 표정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사내는 그것으로 탁자 위를 파내기 시작한다
건장한 덩치를 굽힌 채, 느릿느릿
그러나 허겁지겁, 스스로의 명령에 힘을 넣어가며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
Automatism2011. 2. 9. 23:24
1
그대들을 둘러싼 밤과 암흑을 찬양할지어다!
다들 와서
하늘을 올려다 보라.
벌써 낮은 지나가 버렸느니라.
2
그대들 가까이서 살고 죽는 풀과 동물들을 찬양할지어다!
보아라, 풀과 짐승 또한
그대들처럼 살다
그대들과 같이 죽어야만 하느니.
3
나무는 짐승의 썩은 시체들로부터 자양분을 받아 하늘로
환호작약하며 뻗어간다, 나무를 찬양할지어다!
짐승의 썩은 시체를 찬양하라,
그것을 먹어치우는 나무를 찬양하라,
그리고 하늘도 찬양하라.
4
하늘의 나쁜 기억력을 진심으로 찬양할지어다!
하늘이 그대들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는 것을, 아무도 그대들이
여기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찬양할지어다!
5
추위와 암흑과 몰락을 찬양할지어다!
위를 보아라,
그대들에게 달린 일은 없으니
그대들은 안심하고 죽으라.
1920
그대들을 둘러싼 밤과 암흑을 찬양할지어다!
다들 와서
하늘을 올려다 보라.
벌써 낮은 지나가 버렸느니라.
2
그대들 가까이서 살고 죽는 풀과 동물들을 찬양할지어다!
보아라, 풀과 짐승 또한
그대들처럼 살다
그대들과 같이 죽어야만 하느니.
3
나무는 짐승의 썩은 시체들로부터 자양분을 받아 하늘로
환호작약하며 뻗어간다, 나무를 찬양할지어다!
짐승의 썩은 시체를 찬양하라,
그것을 먹어치우는 나무를 찬양하라,
그리고 하늘도 찬양하라.
4
하늘의 나쁜 기억력을 진심으로 찬양할지어다!
하늘이 그대들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는 것을, 아무도 그대들이
여기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찬양할지어다!
5
추위와 암흑과 몰락을 찬양할지어다!
위를 보아라,
그대들에게 달린 일은 없으니
그대들은 안심하고 죽으라.
1920
Automatism2011. 2. 9. 23:17
Automatism2011. 2. 9. 01:44
내가 사는 지붕 위를 흘러가는 날짐승들이
울고 가는 울음소리에도
나는 취하지 않으련다
사람이야 말할 수 없이 애처로운 것이지만
내가 부끄러운 것은 사람보다도
저 날짐스이라 할까
내가 있는 방 위에 와서 앉거나
또는 그의 그림자가 혹시나 떨어질까 보아 두려워하는 것도
나는 아무것에도 취하여 살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번씩 찾아오는
수치와 고민의 순간을 너에게 보이거나
들키거나 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나의 얇은 지붕 위에서 솔개미 같은
사나운 놈이 약한 날짐승들이 오기를 노리면서 기다리고
더운 날과 추운 날을 가리지 않고
늙은 버섯처럼 숨어 있기 때문에도 아니다
중략
울고 가는 울음소리에도
나는 취하지 않으련다
사람이야 말할 수 없이 애처로운 것이지만
내가 부끄러운 것은 사람보다도
저 날짐스이라 할까
내가 있는 방 위에 와서 앉거나
또는 그의 그림자가 혹시나 떨어질까 보아 두려워하는 것도
나는 아무것에도 취하여 살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번씩 찾아오는
수치와 고민의 순간을 너에게 보이거나
들키거나 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나의 얇은 지붕 위에서 솔개미 같은
사나운 놈이 약한 날짐승들이 오기를 노리면서 기다리고
더운 날과 추운 날을 가리지 않고
늙은 버섯처럼 숨어 있기 때문에도 아니다
중략
Automatism2011. 2. 8. 14:44
Automatism2011. 2. 3. 18:14
당신들, 현명한 솔로몬 왕을 알고 있지요.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고 있지요.
그에겐 모든 게 분명했네.
그는 태어난 순간을 저주하였고
모든 것이 덧없음을 알았다네.
얼마나 위대하고 현명한 솔로몬이었던가요!
보라, 아직 밤이 되지 않았건만
세상 사람 모두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네.
그는 너무 현명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던가요!
오히려 그렇지 않은 자가 부럽지 않은가요!
그렇다면 당신들, 용감한 시저를 알고 있지요.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고 있지요.
마치 신처럼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건만
당신들이 알고 있듯이 살해되었다네.
그것도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말이네.
"브루터스, 너마저도." 얼마나 큰 목소리로 소리 질렀던가요!
보시라, 아직 밤이 되지 않았건만
세상 사람 모두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네.
그는 너무 용감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던가요!
오히려 그렇지 않은 자가 부럽지 않은가요!
당신들, 정직한 소크라테스를 알고 있지요.
그는 항상 진리만을 말하지 않았던가요.
아 그럴 순 없었는데, 위정자들은 그에게 고마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워
독배를 마시게 했다네.
민중의 위대한 아들인 그는 얼마나 정직했던가요!
보시라, 아직 밤이 되지 않았건만
세상 사람 모두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네.
그는 너무 정직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던가요!
오히려 그렇지 않은 자가 부럽지 않은가요!
여기서 당신들은 십계명을 지키며
올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고 있지요.
이제까지 우리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네.
따뜻한 난로 가에 앉아 있는 당신들,
우리가 이 엄청난 곤궁에서 빠져 나오도록 도와 다오!
보라, 아직 밤이 되지 않았건만
세상 사람 모두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네.
우리들은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이 지나쳐 이렇게 되지 않았던가요!
오히려 그렇지 않은 자가 부럽지 않은가요!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고 있지요.
그에겐 모든 게 분명했네.
그는 태어난 순간을 저주하였고
모든 것이 덧없음을 알았다네.
얼마나 위대하고 현명한 솔로몬이었던가요!
보라, 아직 밤이 되지 않았건만
세상 사람 모두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네.
그는 너무 현명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던가요!
오히려 그렇지 않은 자가 부럽지 않은가요!
그렇다면 당신들, 용감한 시저를 알고 있지요.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고 있지요.
마치 신처럼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건만
당신들이 알고 있듯이 살해되었다네.
그것도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말이네.
"브루터스, 너마저도." 얼마나 큰 목소리로 소리 질렀던가요!
보시라, 아직 밤이 되지 않았건만
세상 사람 모두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네.
그는 너무 용감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던가요!
오히려 그렇지 않은 자가 부럽지 않은가요!
당신들, 정직한 소크라테스를 알고 있지요.
그는 항상 진리만을 말하지 않았던가요.
아 그럴 순 없었는데, 위정자들은 그에게 고마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워
독배를 마시게 했다네.
민중의 위대한 아들인 그는 얼마나 정직했던가요!
보시라, 아직 밤이 되지 않았건만
세상 사람 모두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네.
그는 너무 정직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던가요!
오히려 그렇지 않은 자가 부럽지 않은가요!
여기서 당신들은 십계명을 지키며
올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고 있지요.
이제까지 우리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네.
따뜻한 난로 가에 앉아 있는 당신들,
우리가 이 엄청난 곤궁에서 빠져 나오도록 도와 다오!
보라, 아직 밤이 되지 않았건만
세상 사람 모두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네.
우리들은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이 지나쳐 이렇게 되지 않았던가요!
오히려 그렇지 않은 자가 부럽지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