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atism2011. 6. 13. 00:58
기형도 <죽은 구름>

구름으로 가득찬 더러운 창문 밑에
한 사내가 쓰러져 있다, 마룻바닥 위에
그의 손은 장난감처럼 뒤집혀져 있다
이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온 것처럼
비닐 백의 입구같이 입을 벌린 저 죽음
감정이 없는 저 몇 가지 음식들도
마지막까지 사내의 혀를 괴롭혔을 것이다
이제는 힘과 털이 빠진 개 한 마리가 접시를 노린다
죽은 사내가 살았을 때, 나를 그를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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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일상적 행복과 절연된 채, 구름처럼, 혹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나이든 사내의
지친 모습을 냉정하게, 사진 설명하듯 묘사하고 있는 시인의 시선은 그로테스크하다.
그 시선은 이 세계는 빈집이며, 사람은 그 빈집의 창에 머무르는 구름 같은 것이며
나는 내 속의 추억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보들레르적 인식에 침윤되어 있다.

김현 <행복한 글쓰기, 147>
Posted by rabbit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