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atism2011. 5. 27. 16:09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_ 김경주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아....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찬 총알 하나가 불 속에서 울고 있듯이 몸 안의 해저를 천천히 쏟아낸다
등뼈가 불을 부풀리다가 녹아내린다

토막을 썰어놓고 둘러앉아 보라색들이 밥을 먹는다
뼈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 후 입 안의 비린내를 품고 잠든다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보라색 입을 쩝쩝거린다

어머니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등뼈를 세우고 있다 침 좀 그만 흘리세요 어머니 얘야 널 생각하면
눈을 제대로 못감겠구나 옆구리가 벌어지면서 보라색 욕창이 흘러나온다 어머니 더 이상 혀가
가라앉았다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몸에 물을 뿌려주며 혀가 가슴으로 헤엄쳐가는 언어 하나를
찾았다 생이 꼬리를 보여줄 때 나는 몸을 잘랐다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p.s. 날씨는 더운데 그래서 몸에서 열기가 나는데 마음은 차갑다. 늘...
김경주 시인의 여행집 <패스포트>를 읽어보고 싶어지는 날. 정말 떠나리라. 떠나고 말리라.
Posted by rabbit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