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atism2010. 11. 10. 18:14
내 실업의 대낮에 시장 바닥을 어슬렁거리면,
그러나 아직, 나는 아직, 바닥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구나.
까마득하게 멀었구나.
나는 탄식한다.
아, 솔직이 말하겠다. 까마득하게 멀리 보인다.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것이 보인다. 내 발 바로 아래에 놓인,
비닐 보자기 위에 널퍼덕하게 깔아 놓은,
저 냉이, 씀바귀, 쑥, 돌갓, 느릎나무 따위들이여,
그리고 그 옆의, 마찬가지로 널퍼덕하게 깔아 놓은,
저 멸치, 미역, 파래, 청강, 김가루, 노가리 등이여.
그리고 또 그 옆의, 마찬가지로 널퍼덕하게 깔아 놓고 앉아서,
스테인레스 칼로 홍합을 까고 있는,
혹은 바지락 하나하나를 까고 있는,
혹은 내 발 아래에 있는, 짓뭉개져 있는,
저 머나먼, 추운 바닥이여.
나의 어머님이시여.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Posted by rabbit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