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atism2011. 8. 20. 01:30
<검은 담즙> 
                               조용미

가슴속에서 검은 담즙이 분비되는 때가 있다 이때 몸속에는 꼬불
꼬불 가늘고 긴 여러 갈래의 물길이 생겨난다 나뭇잎의 잎맥 같은
그 길들이 모여 검은 내, 黑河를 이루었다

흑하의 물줄기는 벼랑에서 모여 폭포가 되어 가슴 깊은 곳을 가르며
옥양목 위에 떨어지는 먹물처럼 낙하한다

폭포는 검은 담즙으로 이루어져 있다

너의 죄는 비애를 길들이려 한 것이다 생의 단 한순간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비애는 그을린 태양 아래 거칠고 긴 숨을 내쉬며 가만히 누워있다

쓸갯물이 모여 생을 가르는 劍이 되기도 하다니 검은 폭포 아래에서
모든 것들은 부수어져 거품이 되어버린다 거품이 되어 날아가는
것들의 헛된 아름다움이 너를 구원할 수 있을까

비애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너의 죄는 비애를 길들이려 한 것이니 幻이 끝나고 滅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삶은 다시 시작되는 것을 검은 담즙이 모여 떨어지는
흑하는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지상에서 가장 헛된 것이라 부르겠다

지상에서 가장 헛된, 그 아름다움의 이름은 絶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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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늘에서야 내 죄가 무엇인지를 알겠구나. 후훗
Posted by rabbit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