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atism2011. 3. 2. 20:12
그녀는 구두를 사려고 자기 넋을 팔았어
하지만 만약 내가 그 더러운 여자 곁에서
위선을 떨고 고상한 척하면
하느님이 웃을 테지
내 사상을 팔며 작가가 되려는 내가 말일세


너는 온 세상을 네 규방 안에 끌어넣겠구나
(...)
숨은 뜻을 가진 위대한 자연이
(...)
천한 짐승, 너를 가지고 하나의 천재를 반죽해 낼 때
아무리 악에 능숙한 너일지라도
그 엄청난 악에 질겁하여 뒷걸음질친 일은 없었던가?
오 추악한 위대함1 숭고항 치욕이여!


Posted by rabbityoo
Reference2011. 3. 1. 01:33
1. 의식의 평가절하. 우린 신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2. 자아의 도취, 집중, 신체 공간, 이미지 공간 => 파괴 => 범속한 각성

3. 우린 배움의 계기가 어떻게 찾아올는지 알지 못한다. 의식의 어리석은 교만함이여!
Posted by rabbityoo
Automatism2011. 2. 28. 21:50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삼십 삼 세 미혼 고독녀의 봄
실업자의 봄
납세 의무자의 봄.

봄에는 산천초목이 되살아나고
쓰레기들도 싱싱하게 자라나고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이
내 입안에서 오물이 자꾸 커 간다.
믿을 수 없이, 기적처럼, 벌써
터널만큼 늘어난 내 목구멍 속으로
쉴 새 없이 덤프 트럭이 들어와
플라스틱과 고철과 때와 땀과 똥을
쿵 하고 부려놓고 가고

내 주여 네 때가 가까왔나이다
이 말도 나는 발음하지 못하고
다만 오물로 가득찬 내 아가리만
찢어질 듯 터져 내릴 듯
허공에 동동 떠 있다.

p.s. 어흐 좋아~
Posted by rabbityoo
Automatism2011. 2. 26. 14:04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사막이 있었다

그 사막 한가운데서 나 혼자였었다
하늘 위로 바람이 불어가고
나는 배고팠고 슬펐다

어디선가 한 강물이 흘러갔고
(그러나 바다는 넘치지 않았고)

어디선가 한 하늘이 흘러갔고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사막이 있었다

p.s.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존재한다. 그는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다. - 최승자
Posted by rabbityoo
Automatism2011. 2. 26. 09:40
이 세상에 시계처럼 고단한 것은 없다
인간들 또한 그러하다
아침이오, 저녁이오,
또각또각 참으로 고단하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것들의 하늘
잃어버린 것들의 신화

다시 그리하여 잃어버린 것들의 밤

그래도 오늘은 맑은 소프라노의 하느님이
아침 노래를 하고 있다

p.s. 최승자 시인의 글은 읽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Posted by rabbityoo
Automatism2011. 2. 24. 10:41
누구나 별 아래서 잠든다
길을 묻다 지쳐서
길 위에서 잠든다

누구나 별 아래서 잠든다
죽음을 죽음으로 일깨우면서

그리하여 별빛 아래
홀로 가는 낙타 하나

별 아래 잠도 없이
홀로 가는 낙타 하나

p.s.
금호동 난개발이 이루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최승자의 시를 베껴본다.
하늘이 뿌옇네.
Posted by rabbityoo
Music2011. 2. 17. 03:20
슈베르트 : 죽음과 소녀


Posted by rabbityoo
Art Theory2011. 2. 17. 01:06
이 글이 어떤 맥락에서 씌어진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자. 19세기 파리를 '꿈'으로 놓고,
그 꿈에서 다시 깨어나는 것, 범속한 각성을 강조하는 변증법적 과정, 인간학적 유물론!

* 직업적 음모꾼

<보들레르 작품에 나타난 제 2제정기 파리>

맑스, <신라인신문>(1850)
보헤미안을 직업적 반란 음모가들 속에 포함시킴. = 이런 유형이 바로 '보들레르'

Posted by rabbityoo
Automatism2011. 2. 16. 16:16
짙푸른 여름 숲이 깊어갑니다
텃새들의 저녁 인사도 뜸해지고
골목의 가로등 하나 둘 켜질 때
모기들 날아드는 마당 한구석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밀려오는 어둠에 잠깁니다
어둠이 스며들어 조금씩
온몸으로 퍼져가는 아픔과 회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지긋이 견딥니다 남은 생애를
헤아리는 것 또한 나에게 주어진
몫이려니 나의 육신이
누리는 마지막 행복이려니
그저 이렇게 미루어 짐작하고
땅거미 내릴 무렵
마당 한구석에 나를 앉혀둡니다
차츰 환해지는 어둠 속에서
한 점 검은 물체로 내가
멀어져 갈 때까지

p.s. 요즘은 시가 좋다. 요즘은 시만 좋다. 정말... 그러네...
Posted by rabbityoo
Automatism2011. 2. 14. 18:44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Posted by rabbityoo